오늘은 내 친구 현디의 청첩장 받는 날이다.
우리는 서로 멀리살기 때문에 중간지점인 대전역에서 만나서 대전투어를 하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며칠동안 고민해서 세운 우리의 대전투어 계획
오씨칼국수(점심) > 성심당 > 오시우커피(흑임자라떼 맛집) > 빵축제구경 or 대전시내구경 > 유림공원(피크닉) > 철수네매운갈비찜 or 에프터글로우(저녁) > 대전역
모든 계획대로 안되는 날이 있다고 한다면 오늘이 아닐까 싶었다.
어제 먹은 소주 3병의 영향으로 숙취가 조금 있긴했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서 기분 좋게 대전역행 SRT에 올라탔다.
막상 SRT를 탔더니 속이 너무 안좋아서 바로 잠이 들었다.
중간에 대전역이라는 안내를 듣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나갔는데,
문앞에서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있었다.
그 때 '지저스 크라이시스트'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왔다. (나는 무교다.)
너무 황당해서 그자리에 몸이 굳어있었다.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현디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느라 대전역에서 못내렸다고.. 진짜 미안하다고 했다.
다음 내리는 역이 동대구역인데 다시 대전역에 돌아오면 두 시간정도 걸릴거같다고 전했다.
고맙게도 현디는 동대구역에서 기다리면 다음열차를 타고 그쪽으로 오겠다고 해줬다. 천사 그자체..
통화중에 SRT 승무원분이 다가왔다.
나는 동대구역까지 가는 표가 없어서 돈을 두 배로 물까봐 진짜 망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이 승무원분께서 동대구역에서 대전역까지 올라오는 SRT 표까지 무료로 끊어주셨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앉아서 동대구역까지 가라고 했다. 진짜 다시 생각해도 감사하다.
한동안 굳게 닫힌 문을 보고있다가 자리로 가서 앉았다.
동대구역에 내렸을 땐 맑았던 날씨는 어디가고 곧 비가올 것 같이 우중충했다.
이미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라 배가고팠던 우리는 복어집에 갔다.
오랜만에 먹은 복어는 숙취로 제격이였다.
현디가 대전역에서 산 성심당 빵을 선물로 줬다 ㅠㅠ 너무 감동이었다.
예전에 현디와 갔던 흑임자라떼가 맛있었던 그 카페를 다시 방문했다.
이름은 카페유어프레즌트 이었는데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들었는데 이번에도 사람이 많았다.
흑임자 페이스트는 어떻게 만드는건지 너무 궁금했다.
청첩장도 받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저녁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야구를 보러가고 싶어서 찾아봤다.
근데 웬걸 전석 매진이었다.
LG vs 삼성 경기였는데 원정 응원석 자리도 매진이었다. 요새 KBO 인기가 정말 많구나라고 느꼈다.
뭘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뒷자리에서 방탈출 얘기가 나왔다.
나는 한 번도 해본적이 없어서 현디에게 해보자고 제안했다.
한 번하기에는 살짝 비싼 가격에 망설여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동대구까지 왔는데~!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중앙로역까지 지하철을 타고가서 방탈출카페를 여러곳 전전하면서 당장 가능한 시간대를 알아봤다.
우리가 간 곳은 방탈출브이라는 곳이었다. 2인 44,000원 이고 현금 계산시 40,000원이었다.
'삼덕반점' 테마를 했는데 스토리가 재밌었다. 시간을 약간 초과했지만, 중간에 끊지않고 끝까지 기다려줘서 기분좋게 나왔다. 너무 재밌어서 다른 방탈출을 하러 알아봤는데 역시나 예매를 안하면 당장 할 수 있는게 제한적이었다.
두 번째에는 '하나보살'을 했는데 둘 다 너무 무서워서 소리지르면서 했다.
그래도 마지막에 사진을 찍고 주셔서 추억을 쌓는 기분이라 좋았던거 같다.
하루가 참 길었지만, 오늘 하루 현디가 참 좋은 사람이란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예상치도 못했지만 현디 덕분에 대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현디가 결혼을 해서도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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